내가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었거든요.
아주 오래된 책.
제목이 뭔데요?
차은호 라는 책
하도 여러 번 읽어서 문장을 외다시피 하는 그런 책이요.
갑자기요?
네. 갑자기.
예전에 그어둔 밑줄을 봐도 내가 대체 왜 여기에 밑줄을 그어놨는지 모르겠고, 분명 내가 아는 그 익숙한 책이 맞는데 자꾸자꾸 새로운 문장들이 보이는 거예요. 내가 놓친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완전히 새로 읽는 것 같아요.
내 마음이요?
좋은 책은 그렇잖아요.
10살 때 읽은 책을 20살에 읽어보면 완전히 다르잖아요. 우리가 달라졌으니까.
단이씨가 가지고 있는 그 책은 달라지지 않았어요. 단이씨가 달라졌을 거예요. 아마도.
그 책을 읽는 단이씨의 마음이.